크리스마스 이야길 쓰는데 봄이나 여름에 쓰면 안될 것 같아 이틀에 걸쳐 눌러보는 글쓰기 버튼...작년 크리스마스를 기록해보려고 함.

12월 24일. 그리고 이건 성심당의 크레이프 케이프. 팀 과장님이 생일이셔서 지인분께 선물받았다는데, 여기까진 좋았다. 그래서 신나게 파티해야지~! 이 마음만 있었는데 딱 그때 내 기준 납득불가한 업무 지시를 위에서 받았다. 수행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는데, 팀원 분들이 나 때문에 파티 기다려주심...ㅠ0ㅠ 그래서 출장갔다 복귀 후 다같이 초 불고 케이크 썰고 했다. 과장님은 입사하고 몇 달은 젤 어렵고 불편한 분이었는데 요즘엔 나에게 없으면 안되는 존재가 되셨다...조직개편 제발 멈...춰...ㅠ!

암튼 파티도 잘하고 케이크고 맛있게 먹고, 난 조퇴를 써놔서 퇴근할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과장님이 요걸 주심. 사실 저 끈은 부서에서 다른 거 준비하면서 썼던 건데 ㅋㅋㅋ 며칠 전 급히 찾으시더니 여기에 쓰셨나 싶어 웃겼다.(p) 소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았던 감동 이벤트...이거시 바로 크리스마스인가...?
나는 택과 이브 파티가 계획되어 있어 예약해둔 에어비앤비로 갔다. 에어비앤비 위치는 절친이 사는 동네에서 꽤 깊숙하게 들어가면, '광주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싶은 곳에 위치해있다. 테라스에서 식사할 수 있게끔 조명이고 설비고 다 갖춰져 있는데, 정작 추워서 거기선 못 먹음...ㅠ 대문을 들어서면 다소 엉성하지만 사장님의 노력이 느껴지는 트리가 맞이해준다.

한 오개월 전쯤의 일기에 택이 크리스마스를 매우매우 사랑한다고 짧게 써놓은 기록이 있다. 해서 선물로 뭘 준비하면 좋을까 두뇌풀가동을 했지만 날이 가까워져도 이렇다 싶은 것이 없었다...따흑. 그 와중 제주에서 돌아오며 들른 면세점에서 딥티크 시향을 해봤는데 택이 맘에 들어하는 향이 있었다. 얘가 지금도 딥티크걸 쓰고 있기도 하니 이거다...(!) 싶었다. (대충 빨간 옷 입은 아이가 손가락 하나 들고 오홋!? 하는 짤)
근데 문제는 광주에 돌아오고 평일이 되니 이름이 뭐였는지 까먹음...ㅋㅋ 아니...사실 비행기 이륙하는 순간 까먹었을지도...ㅎㅎ 그래서 이걸 택에서 물어봐야하는데 어떻게 물어봐도 티가 나는 질문이라...ㅎ 다시 한번 두뇌풀가동을 했지만 결국 티를 철철내며 물었다. 답을 듣고 재빨리 다른 화제로 전환을 했지만 대면하고 있었으면 더욱 티가 났을 것이다. 택은 내가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 앞니가 나온다고 하는 사람이므로...내 앞니 두 개를 보고 알아챘을 것이 분명하다.

여튼 선물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하고 택은 요리 세 개를 해주겠다고 했다. 흑백요리사 컨셉이라며 옷도 갖춰입고 오심.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오만가지를 썰고 다지던 그... 두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때 뭘 먹고 싶냐고 물어보기에, 그 시기에 되게 맛있게 먹었던 타르타르가 생각났다. 그래서 타르타르를 말했고 나머지 두 개는 택이가 유튜브에 살며 발굴해냈다. 문어 뽈뽀와 아메리칸 쉐프에 나왔다던 파스타. 참 고마웠다. 그래서 '오 캐피탈' 이 네 글자를 까먹어버린 내 자신에게 자괴감이 더 들었을지도...ㅠ

영상을 캡쳐해온거라 영 애매하게 나왔지만 증말 맛은 최고최고. 고마운 마음에 그냥 하는 게 아니고 정말 맛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온갖 맛이 전부 들어있었다. 택이가 요리 쇼츠를 오억개나 본 보람이 있었다. 본인은 재료가 더 잘게 다져졌어야한다고 아쉬워했지만 난 그건 잘 모르겠고 걍 진짜x10000 맛있었음.

흠 근데 조명 이것 뭐예요? 이 숙소를 예약한 투숙객들은 보통 테라스에서 식사를 할테니 이렇게 실내는 정말 가정집 조명만이 낭낭하다. 그래서 긴급 회의를 거쳐 빠르게 침실 조명 수혈.

택이가 와인 두병을 함께 사왔는데, 딱 크리스마스용 와인이었다. 사진으로 남겼을때 어딜 가져다놔도 예쁜. 와인 관련해서도 비하인드가 있는데...택이가 자꾸 와인 세 병 사온다 그래서 내가 두 병만 사라고 극구 말렸다. 그랬더니 택이 나를 심문했다. 왜냐? 평소의 나라면 네 병 사오라고 할 위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내가 따로 산 한 병이 있다고 실토했다. 그거슨 바로바로...(더 보기)

조명의 중요성을 또 한번 체감하며 짠짠. 그리고 선물 개봉식을 하게 된다.

이제 나의 선물 선정기가 시작된다. 오 캐피탈을 사려고 정말 결제 직전까지 갔다. 결제하기 버튼만 눌렀으면 됐는데, 갑자기 내면의 다른 내가, 아니야 멈춰...ㅠ! 해서 일단 멈췄다. 그리고 '생각 중...' 이모지처럼 매일 생각만 하다 출근하고 퇴근했던 것 같다. 택이 좋아하는 걸 일단 크게 묶어보면 음악, 책, 향. 향이 탈락되었으니 그럼 음악과 책만 남는데 대체 음악의 어떤 걸 선물해야하나 고민이 깊었다. 그러다 택이 아날로그 적인 면을 좋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거 하나 믿고 추진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엄청 꼬치꼬치 물었는데, 예로 검정치마 젤 좋아하는 앨범 뭐냐 등등...근데 택은 음악이야기 하는 거 너무 좋아해서 이런 걸 물어보니 향수 때와 달리 의심을 안하는 것 같았다.(아닐수도ㅎ?) 여튼 일단 후보에 재지팩트 1집도 있었는데 중고가 듣고 후퇴. 또 2025년에 가장 행복하게 다녀왔던 공연이 오아시스 내한이라 그래서 오아시스도 넣을까했지만 그냥 얘와 나 사이의 서사와는 1도 상관이 없는 아티스트라...이것도 패스.
결국 네 개까지 추리고 추렸다가 최종 세 개로 압축했다. 하나는 만나기로 한 날 같이 처음 들은 <New born>이 수록된 앨범. 하나는 제주도 여행 테마곡이라고 택이가 땅땅 정해준 검정치마의 <나랑 아니면>이 수록된 팀 베이비 앨범. 또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한다는 혁오와 선셋 롤러코스터가 협업한 AAA 앨범까지. 근데 이걸 들으려면 씨디피가 있어야하니까 씨디피도 함께. 처음에는 동그랗고 휴대용에 딱 Y2K 느낌의 씨디피를 선물하려고 했는데, 컨셉에 충실해서 온리 줄 이어폰으로만 들어야 한다길래...패스했다.

책도 하나 선물하고 싶어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골랐다. 저 표지가 오리지널 초판 디자인이라는데 진짜 책 자체가 예뻐서 고른 것도 크다. 실물로 보면 더 크리스마스 느낌 남. 또 메탈 형식의 책갈피도 택과 어울릴 것 같아서 주문 완.

씨디 하나씩 풀다가 마지막에 씨디피보고 우와우아 하면서 택이가 바로 틀었는데, 그는 1분 30초 뒤...울었읍니다..ㅠ 따흐흑...ㅋㅋㅋ큐ㅠ 아 이게 진짜 복합적인 마음인데 짠하고 웃기고, 또 짠하고 감동받아서 우는 거니 고맙고 나는 이 모든 게 막 섞임. 특히 저 팀 베이비 앨범 첫 트랙이, 앨범 통틀어 제일 차분하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곡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인지 택에게 알 수 없는 그 감정이 더 크게 작용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음...아무튼 선물 성공! 그리고 그는 이 이후로 씨디를 모으는 취미를 새로 갖게 되었다.

이건 내가 택에게 받은 선물. 이거 뜯어보고, 최초 딥티크에서 노선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갔었어도 재밌는 상황이 나왔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눈물 닦고 두 번째 메뉴로 문어 뽈뽀를 만들어 온 그...이것도 굿굿. 넘 맛있어서 접시까지 먹을 뻔. 올리브 왕창 넣어준 것까지 좋았읍니다. 그리고 여기에 함께 먹는 와인은 두구두구두구...제주도에서 비행기에 함께 타지 못해 속으로 눈물을 흘린 그 화이트 와인. 이거 찾는다고 프랑스 원어 사이트까지 들어가고 둘이 생쑈를 했는데 구하는 방법을 내가 어쩌다 알아버려서 비밀로 하고 사옴. 후후. 이제 이때부터 저 세 앨범을 쭉 들었는데, 참 좋았다.

다시 가정집 조명으로 복귀. 마늘 이십개 볶볶. 부제: 새해엔 사람되자 파스타

는 사실 아메리칸 셰프에서 나온 파스타라고 한다. 저 맨 위에 댓글이 너무 웃김. '서양 요리 중에서 마늘 양이 맘에 드는 건 처음이군 ㅋㅋㅋ'

엄청 썰어댄 파슬리와 함께 완성된 파스타. 근데 이 파스타 뻥안치고 정말 한 삼일에 한번씩은 꼭 생각난다. 그래서 해먹어볼까 잠시 생각했지만 마늘 양을 보고 늘 10초만에 그 맘을 접게 된다...ㅠ 이번엔 다른 화이트 와인과 함께했다. 그리고 뒷정리 후 요아정을 시켰으나, 테이블에 올려놓고 둘다 10분만 자자...하고 영영 나가떨어져서 요아정은 결국 다음날 죽의 형태로 발견되었다는 슬픈 스토리.

아점을 먹으러 나주로 향했다. 나주로 향한 이유는 특별한 건 없고, 그냥 냉면 이야길 하다가 예전부터 가보자던 냉면집이 생각나서. 예전 회사 이전하기 전 동네라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젤 중요한 거. 눈이 왔음...! 엄청 펑펑. 졸지에 그렇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해버렸다네요.

커피도 한 잔 마셔주고. 이제는 당연한 코스처럼 굳어져버린 네 컷 사진을 찍으러 저 동네에 유일하게 있는 인생네컷을 찾아갔다가 30분 기다리는 기이한 경험도 해봄...그러나 모두가 그 날을 기록하게 싶어 다 집합한 것일테니 걍 재밌는 기억으로 남기기로. 2025년의 해삐 메리 화이트 크리스마스 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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