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스...기어코 해를 넘기고야 말아버린 2025년 겨울의 제주 여행기. 글 하나 쓸 때 사진을 PC로 보내고 올리고 사이즈 조절하는 게 너무 번거로워서 3개월 1글...이 지경이 됐는데 오늘 편리한 방법을 찾음! 이제 1개월 1글이 될 수도...?(아닐수도...) 아무튼 시작!
일정은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2박 3일. 당초 계획은 저 멀리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했지만...내가 쫄보인 관계로 행선지가 제주로 바뀌었다. 도쿄에서 제주로 여행지를 급변경하게 된 그 이틀은 다시 생각해도 이틀같지 않다. 체감은 나흘정도...? 무튼 이 과정에서 택에게 정말 많은 고마움을 갖게 됐다. 3개월 전부터 준비한 여행코스가 다 물거품이 됐는데도 나를 존중해주는 그 모습. 그래서 결론은 광주공항으로 갔읍니다...ㅠ(쏘 쌔드...)

비오는 광주에서 출발. 짐을 내리고 빠이팅 한번하고 공항으로 고고.

음 갑자기 제주로 쩜프. 원래 먹으려던 메뉴가 있었음. 접짝뼈국이라고 제주 토속음식인데 오전에 갔으나 재료 소진으로 이미 마감. 그래서 2안으로 생각해둔 회국수를 파는 곳으로 고. 위생장갑을 받아서 손으로 비벼야하는 음식인데, 이런 과정에서도 요리 안하고 사는 게 여실히 티가 났다.(고 택이가 그랬다.) 흑흑.

유명한 집 답게 맛있었음. 아는 맛인데 약간의 모르는 맛을 가미한...? ㅎ 아무튼 옛 진구가 기증한 거울 앞에서 따봉 한번 날려주고 커피를 마시러 떠남.

여기는 택의 친구가 추천해준 카페. 한적한 한옥 느낌이다. 의자가 다소 불편했지만 그럼에도 2개성주악 1초코어쩌구를 순식간에 해치우며 이런저런 이야길 했다. 비 온 직후라 공기가 축축했는데 그런 날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음. 알려준 쥬바야 고마어.

그리고 작은 오름을 오름.(이름 까묵) 여기서 삼각대를 세워놓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며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는데 바람한테 싸다구를 엄청 맞은 컷들이라 결과물의 삼분의 일 정도는 휴지통으로 직행했다. 이 곳에는 소수의 외국인과 가족 몇 팀이 있었다. 목요일이라 그런가 여유롭게 다닐 수 있어 좋았음.

그래도 꽤 많은 사진을 건지고 근처의 젤라또 가게로 향했다. 그냥 쉬어가는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맛 자체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먹은 순간 둘이 띠용때용됨. 맛보기로 찔러주신 초코와 딸기의 색 조합 너무 예쁨. 동백오일을 수액처럼 맞는 젤라또도 넘나 귀엽.

올레시장으로 쩜프! 제주에서 시장간게 10년 전이 마지막이라 꽤 기대하고 갔는데 기대 이하였다. 저녁 사이드로 먹을 음식을 사러 간 건데, 가게들이 너무 특색 없었음. 택이 좀 웃긴게 사장님 생김새보고 손맛을 판단하는 이상한 레이더가 있는데, 이 닭강정집 사장님이 굉장히 밀라논나 같으셨다. 파리 패션위크에 계셔야 할 분이 올레시장에 직업체험하러 온 그런 느낌. 그래서 홀린 듯 이곳에서 닭강정을 구매하게 됨...ㄷㄷ...과연 맛은...ㄷㄱㄷㄱ

수제 맥주와 고등어회를 포장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날이 까매짐.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다가 네이버로 바꾸는 과정에서 사장님이 친절히 응대해주셔서 기분 좋게 입성. 숙소 설명에 귤을 무제한으로 따 먹어도 된다는 말이 있었는데, 진짜 들어가는 그 길 전체가 다 귤밭임. 그런데 가는 길이 돌길이고 빛 한 점이 없어서 이게 맞나 싶었음.

헉...그런데 숙소 당도해서 하늘을 보니 작은 조명하나 두지 않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귤밭에 이어 온통 별밭. 황홀했다. 숙소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하고 쾌적했다. 진짜 에어팟만한 벌레(ㅠㅠ)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곳은 벌레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 이해했다. 다행히 그 친구는 우리가 퇴실할 때까지 본 유일한 벌레였다.(가슴 쓸어내리기...)

세팅을 하고 수제맥주부터 깠다. 과실주와 맥주 샘플러 5병을 구입했는데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고등어회는 미영이네말고 다른 집에서 포장해갔는데 미묘하게 미영이네 승리.

갑자기 다음 날...ㅎㅎ 귤 무제한인 집에 왔으니 귤을 따먹어봤다. 이 귤도 마치 젤라또처럼 별 기대안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택과 눈빛교환함.(대충 우리가 다 쓸어가자는 신호)

밤 사이에 소소한 이슈가 있었다. 이 숙소는 복층 구조이고 침실은 2층에 있는데, 침실과 작은 테라스가 연결돼있다.(별 보는 용도) 무튼 그 테라스에 아기고양이가 어케 올라온 건지, 밤새 창 너머로 낑낑 울더라. 그래서 안타까움 반, 수면방해때문에 괴로움 반...양가감정을 느끼며 겨우 잤다. 일어나서도 택과 냥이 걱정을 하며 1층으로 내려갔는데 바깥에 웬 뚱냥이가...(?) 아기고양이=x / 피죽도 못 얻어먹은 마르고 작은 고양이=x ... 그냥 잘 먹고 잘 지낸 토실이라서 다행이었음.

여기는 밤도 예쁘지만 낮도 예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 (+그러나 귤 쥐고있지 말걸...후회 중...ㅠ)

귀여운 생김새에 그렇지 못한 성깔을 가진 댕댕이가 떡하니 지키고 있는 파스타 집으로 첫 끼를 먹으러.

고사리 파스타.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담백한 맛이었다. 이때까지 제주에서 먹은 건 실패한 게 없다고 좋아했던 우리 둘...

제주에 왔으니 목장에 함 들러줬다. 진저밀크티라 생강맛이 강하게 났다.(당연함) 그래서 택이 아이스크림을 많이 뺏어먹었다. 남의 것을 뺏어먹으니 더 맛있었다.

풀 뜯는 말들도 눈에 담아주고. 요즘 스타듀밸리를 열심히 하는데 좁은 우리 안에서만 생활하는 나의 염소들과 소들이 스쳐지나간다. 내가 얼른 부농돼서 방목해줄게. ㅠㅠ 목장에 우유갑 모양의 비닐로 된 스팟들이 있었는데 너무 조악해서 사진을 찍진 않았다. 그래서 농장에서 건진 사진은 따로 없는데,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다가 엄청난 들판을 봐서 냅다 차를 세웠다. 뛰고 구르고 난리도 아니었음. 사진 보여주면 사람들이 어디냐고 물어보는데...대답할 수가 없다. 왜냐면...그거시 낭만이니까. (실은 진짜 몰라서)

찜해놓았던 내추럴 와인샵에 들렀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제한돼있어 들어가기 전에 찰칵찰칵.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맞게 꾸며놓은 가게. 전형적인 트리 모양에 조명을 감은게 아니라서 더 예쁘다고 느꼈다.

와인 두 병을 사고 나왔다. 레드와 화이트 각 한 병씩.

이렇게 포장도 예쁘게 해주신다. 그리고 우리는 몇 시간뒤...더 사오지 않은 것을 통탄해하게 되는데...

휴대폰으로 작게 보다가 컴퓨터 화면으로 크게 보니 느낌이 다르다. 저기 먼지처럼 작게 붙어있는 새도 조음. 마치 내 인생 어디로 가야하는가...고민하는 것만 같은 내 뒷모습도 조음. 현실은 추워서 후덜덜 중.

여기서도 삼각대로 사진 많이 찍었는데 바닷바람에 패하기 직전의 삼각대를 사수하다 찍혀버린 둘. 모자이크 너머에서도 느껴지는 다급함.

일정을 마치고 방어 포장하러 가는 길. 찍을 땐 몰랐는데 저기 돌하르방도 함께 담겼네. 이때 비지엠으로 선셋 롤러코스터의 <My Jinji>가 흘러나왔는데 좋아하는 곡과 좋아하는 풍경이 만나서 멍때리며 들었던 기억. 택이는 항상 어딜 가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오는데, 이 여행의 테마곡은 검정치마의 <나랑 아니면>이었음. 이때까지만해도 검정치마 곡들에 나는 큰 흥미가 없었지만 이젠 그 곡이 수록된 앨범을 다 외울 지경이 되었다.

때깔좋은 방어를 픽업하고 다시 숙소로 고고. 여기서도 작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운전하다 갑자기 웬 화려한 호텔 안으로 진입하길래 네비를 잘못 찍었나 했다. 거기는 신라호텔이었는데, 알고보니 케이크를 예약해놨다고...따흐흑...택의 절친인 쥬바, 몽쉘통통과 상의 후에 딸기케이크로 골랐다며...
제주에서 운전하는 게 좋아서, 둘째날 내가 운전하겠다고 했는데 택이가 안된다고 빡빡 우긴 이유가 있었다. 그제야 납득이 가면서 귀여웠다. 글구 고마웠다.

숙소에 돌아오면 통실이와 그의 친구가 맞아준다.(라고 쓰고 방어 째리는 중이라고 읽음)

참으로 희한했던(positive) 샴페인. 헉 맛있어 하며 먹으면 끝내 맛이 사라진다. 결국 없을 무가 된다. 이게 설명한 길이 없는데 정말 그렇다. 참으로 불교같은 샴페인이다. 얘를 맛보고 우리는 더 사오지 않은 걸 굉장히 후회했다.

샴페인과 방어, 그리고 깻잎과 기름장. 독립영화 제목 같다.

매운탕 먹어야한다며 편의점에서 라면까지 사왔다. 택한테 빨리 끓여달라고 재촉했다. 그리고 한 두입 먹었나...ㅎ 진짜 맛있었는데 저때 배가 너무 불렀다. 한 달 뒤에 이 사진을 다시 보는 기분은 사진에서 꺼내서 먹고 싶다. 이과 힘내라!

한 조각...? 아니 한 조각의 반 정도 남기고 그 자리에서 다 먹었다. 너무 맛있었음. 그리고 레드와인도 괜찮았는데 앞선 화이트가 너무 강렬해서 나의 기억에서는 지워졌다. 그거 같다. 실력 자체는 그룹에서 젤 쩌는데 육각형 비주얼 멤버한테 밀려나 결국 쩌리가 된 아이돌멤버...

돌아가는 날. 그는 귤을 따기 시작하는데...사장님께서 장비까지 마련해주신 덕에 수월하게 컷팅식을 진행했다.

반은 택이집으로, 반은 우리집으로 갈 운명들. 이 귤을 어디선가 판다면 사고 싶을 정도로 진짜 맛있었다. 그리고 제주도 산다고 집마다 귤나무 있는 거 아니라며 어떤 도민이 인터넷에 쓴 글을 봤는데...흠...귤나무 있는 거 맞는 것 같던데...(?) 그 정도로 이번 제주는 초록과 오렌지색의 향연이었다. 오렌지 스플래쉬 쥔장인 나는 행복했음.

나왔다. 처음으로 실패한 음식. 아니...실패까진 아닌데 기대에 못 미쳤다, 정도가 맞겠다. 보말칼국수인데 내 기준 그냥 건강한 맛. 거기서 끝이었다. 근데 같은 식당에 있던 다른 손님들은 포장까지 엄청 해가는 걸 보면 그냥 우리 입맛과는 좀 달랐던 걸로. 아무튼 두 번은 안 먹어요...ㅠ

택이를 소중하게 안고 있는 인자한 나.

프릳츠커피 성산점엘 갔다. 여기 이십구센치에서 선물용으로 파는 거 많이 봤는데, 이렇게 거대 매장을 갖고 있을 줄은 몰랐음. 입구에 놓인 종이 오너먼트에 셀프 응원 한 마디를 남겼다. 그래서인지 이후 삼주 간의 2025년은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잘 끝났다.

영수증을 찍었는데 그럴 듯했다. 이 기세를 몰아 2026년도 화이띵.

다섯시에서 여섯시 사이엔 공항엘 가야했기 때문에 굉장히 애매한 세시 쯤 마지막 식사를 했다. 진짜x10000 배가 부른 상태였는데 택이가 안된다며 나를 뺑뺑이 돌렸다. 하마터면 성산일출봉까지 오를 뻔했다.(아찔) 아니 근데 무조건 이걸 먹고 가야한다고...ㅠ 튀김 그저그런 사람으로서는 '그 피시앤칩스'가 얼마나 대단하길래...라는 생각을 잠깐했다. 이름도 월클 어쩌구여서 의심의 눈초리로 들어감.

헉스...월클 인정입니다. 광주 돌아와서 주위 사람들한테 여기 영업하고 다니는 중이다. 튀김버전 흑백요리사가 있다면 싸장님은 백퍼 백수저일 것. 한 조각만 먹어야지...했는데 다 먹음(?) 보말칼국수로 애매했던 뱃속이 따뜻해졌다.

이 사진이 좀더 앞으로 와야하긴 하는데. 암튼 택이한테 똥개훈련 받다가 발견한 네컷 사진관에서 한장 찍음. 제주도라 귤색 배경에서 찍었다. 오렌지 스플래쉬 개설 이래 가장 많은 주황색이 담긴 게시물이 아닐까. 하필 식탁이 노랑이었던 것두 넘 좋다. 그 후로는 비 오는날의 제주 교통체증, 화장실 이슈, 무사히 렌트카 반납까지 작은 일화들이 있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12월 제주는 출장 외에는 처음이었는데, 아마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하는 기억이 되지 않을까. 택에게도 부디 그런 기억이 되길 바라며, 제주도 여행기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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